서울의 재즈 클럽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때 이태원 일대에 집중되어 있던 라이브 재즈 씬이 을지로, 성수동, 연남동 등으로 분산되면서 각 지역의 색깔을 머금은 새로운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을지로 골목 안쪽의 작은 바에서 트럼펫 솔로가 울려 퍼지고, 성수동 개조 공장 건물에서 프리재즈 세션이 열린다. 재즈가 특정 취향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시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아가는 풍경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버클리 음대를 비롯한 해외 명문 음악학교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귀국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비밥이나 스탠다드 재즈에만 머물지 않고, 힙합, 일렉트로닉,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임인건 트리오, 신영하 쿼텟 같은 젊은 앙상블이 기존 재즈 문법 위에 한국적 색채를 입히는 시도를 하고 있고, 그 결과물은 해외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관객이 온다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관객층이다. 과거 서울의 재즈 클럽 단골은 40~50대 남성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20~30대 여성 관객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SNS를 통한 공연 정보 확산, 감각적인 공간 디자인, 와인이나 커피와 결합한 문화 소비 경험이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재즈를 ‘공부해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분위기 좋은 저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의 변화다.
물론 과제도 있다. 연주자들의 수입은 여전히 열악하고, 소규모 라이브 클럽의 수익 구조는 늘 불안정하다. 임대료 상승 때문에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이전해야 하는 공간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서울의 재즈 씬이 10년 전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골목 어딘가에서 매일 밤 라이브 연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도시의 문화적 두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