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뮤지션들 사이의 국경을 넘는 협업이 늘고 있다. K-POP의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의 인디 뮤지션들이 서로의 음악적 언어에서 접점을 찾아 함께 작업하는 흐름이다. 한국의 실리카겔이 일본 투어를 돌고, 일본의 요아소비(YOASOBI)가 한국어 버전을 발표하며, 대만의 낙천파(落日飛車, Sunset Rollercoaster)가 서울에서 매진 공연을 하는 풍경은 10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흐름의 핵심에는 ‘시티팝 리바이벌’이 있다. 일본 1980년대 시티팝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재발견되면서, 그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아티스트들이 동아시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대만의 낙천파는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밴드로, 일본 시티팝의 그루브와 대만 인디 록의 감수성을 결합한 사운드로 아시아 전역에서 팬덤을 확보했다. 한국의 세벌식, 신해경, 적적해서 그런지 같은 뮤지션들도 비슷한 미학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협업이 의미 있는 이유는 대형 기획사 주도가 아니라 뮤지션 개인 간의 자발적 교류라는 점이다. SNS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낮추면서,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연결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일본의 인디 씬에서 한국어를 섞어 부르는 밴드가 등장하고, 한국 인디 뮤지션이 대만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아시아 퓨전이라는 말이 다소 성급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 협업은 인디 씬의 소규모 교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언어 장벽이나 비자 문제 같은 현실적 제약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동아시아 음악 시장이 각국의 고립된 섬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바다로 변하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하다. K-POP, J-POP, C-POP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서 그냥 ‘좋은 음악’으로 만나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