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EDM 페스티벌 시장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2년 처음 상륙한 울트라 코리아가 매년 수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그 뒤를 이어 월드 DJ 페스티벌, 워터밤 등이 여름 시즌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2024년에는 울트라 코리아 관객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워터밤은 서울을 넘어 부산, 대구, 제주까지 지역을 확장했다. 단순한 음악 행사를 넘어 하나의 시즌 문화로 정착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페스티벌들이 서로 매우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트라 코리아는 글로벌 톱 DJ 라인업과 대규모 프로덕션으로 ‘본격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Martin Garrix, Tiësto 같은 이름이 헤드라이너에 올라가고, 사운드 시스템과 무대 연출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 반면 워터밤은 음악보다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 물놀이와 결합한 파티 형식은 ‘음악 페스티벌’보다 ‘여름 축제’에 가깝고, 그래서 음악 자체의 깊이에 대한 비판도 받지만 대중적 접근성은 압도적이다.
국내 DJ 씬의 성장
이 페스티벌 문화가 가져온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국내 DJ와 프로듀서의 성장이다. 대형 페스티벌의 사이드 스테이지나 로컬 라인업 슬롯을 통해 국내 아티스트들이 대규모 관객 앞에 설 기회를 얻게 됐고, 이 경험은 실력 향상으로 직결된다. TOL, Raiden, UMMET OZCAN과 협업한 한국 프로듀서들이 해외 레이블에서 릴리스를 내고,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대형 페스티벌의 수익 구조는 해외 헤드라이너 섭외 비용에 크게 의존하고, 이는 환율 변동이나 아티스트 몸값 상승에 취약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용은 올랐지만 티켓 가격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EDM 페스티벌이 계속 성장하려면, 국내 아티스트의 헤드라이너급 성장과 독자적 콘텐츠 개발이 불가피하다. 페스티벌이 매년 여름의 통과의례처럼 자리잡은 지금, 그 안에서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를 따져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