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사이클: 오스모 벤스케의 10년 프로젝트

2026년 04월 16일 박서연 1 min read

오스모 벤스케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내건 장기 프로젝트 중 가장 야심찬 것은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었다. 말러의 교향곡 10곡(미완성 10번 포함)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연주하는 이 기획은, 단순한 연주회 시리즈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 과정이기도 했다. 말러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현악의 앙상블, 관악의 솔로 역량, 타악의 정밀함이 모두 최고 수준에 달해야 한다. 벤스케는 이 과정을 통해 서울시향을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교향곡 2번 ‘부활’과 6번 ‘비극적’의 연주는 국내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벤스케의 해석은 화려한 드라마보다 구조적 명확성에 방점을 찍는 스타일로, 음향적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세부 텍스처가 선명하게 들린다. 서울시향의 현악 섹션이 말러 사이클을 거치며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교향곡 3번 공연은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의 끈이 한 번도 풀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서울시향의 다음 10년

말러 사이클의 성공은 서울시향에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다음은 무엇인가. 브루크너 사이클이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 연주가 거론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 오케스트라가 국제 무대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인가라는 점이다. 유럽이나 미국 오케스트라와의 차별점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 한국 현대음악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벤스케 체제에서 서울시향은 분명히 한 단계 도약했다. 정기 연주회 객석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했고, 젊은 관객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무엇보다 말러라는 거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해냈다는 자신감이 오케스트라 전체에 배어 있다. 서울에서 세계 수준의 말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 — 10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이 사실이, 벤스케와 서울시향이 함께 이룬 가장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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