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한국 록 페스티벌이 놓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인천 송도에서 3일간 펼쳐진 이 행사에 약 6만 명이 몰렸고, 헤드라이너 라인업에는 해외 밴드와 국내 인디 록 그룹이 섞여 있었다. 숫자만 보면 성공적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좀 더 복잡했다. 축제의 메인 스테이지를 채우는 건 록 밴드였지만, 실제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건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쪽 아티스트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과 실제 관객의 취향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건 펜타포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순수 록 페스티벌은 줄어들고, 멀티 장르 페스티벌로 전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새로 생겨나는 대형 페스티벌은 대부분 EDM이나 K-POP 중심이다. 이런 환경에서 펜타포트가 20년 가까이 ‘록’이라는 간판을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온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2024년 라인업에서 눈에 띄었던 건 한국 인디 록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이름들이었다. 기존의 크라잉넛, 노브레인 같은 펑크 록 원로들과 함께 실리카겔, 새소년 같은 젊은 밴드들이 큰 무대에 올랐고, 이들의 음악에는 포스트펑크, 뉴웨이브, 슈게이징 등 다양한 하위 장르의 영향이 뚜렷했다. 한국 록이 ‘복고’와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머물지 않고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신호다.
펜타포트의 생존 전략은 결국 정체성과 유연성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록이라는 핵심을 유지하되 인접 장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끌어안을 수 있는가. 관객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 록 페스티벌이 살아남는다는 건, 록 음악 자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